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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과학자들도 활동 나서야"

    “여성 과학자들에게, 연구도 중요하지만 미드 커리어 정도 되는 분들은 주위 커뮤니티를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협회나 학회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에서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안은 소극적이라는 인상이 있는데, 한국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차 분석 통계(Sequential analysis)’ 분야의 권위자인 버지니아텍 커릴리온 의대 겸임 부교수이자 미 여성통계학회 2023년도 회장 당선자 김동연 박사(사진)가 본보를 찾아 전한 메시지다.   재미 여성과학자협회 NIH챕터의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김동연 박사는 5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국 여성통계학회(Caucus for Women in Statistics) 2023년도 회장으로 선출됐다. 올해는 현직 회장을 서포트하는 ‘회장 당선자(President elect)’로 활동하고 내년에는 회장으로, 2024년에는 Post president로 3년간 활동한다.   ‘순차 분석 통계’는 생소한 용어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차 분석 통계와 함께 지낸다. 김 교수는 “이성과 데이트할 때 몇 번 만나다보면 ‘이 사람은 내 짝이네’ 또는 ‘이 사람은 아니야’라고 판단하는 시점이 온다”며 “뇌가 이성을 만날 때마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순차 분석 통계를 진행한 것이고, 계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판단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순차 분석 통계는 의미 있는 미세한 변화, 특이한 변화점을 가능한한 빨리 잡아내는 기술이다. 옷을 고를 때나 자동차를 살 때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순차 분석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상품 정보를 무한정 알아볼 필요없이 어느 시점에서 이 옷을, 이 차를 구입해야 겠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유용한 기술”이라며 “이해하기는 쉬운데 이론은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이런 순차 분석 통계 기법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최소한 5년간 임상시험을 한 이후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받는 등 약이나 치료제가 시판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됐지만, 코로나와 관련된 임상시험에서는 빠른 결과가 필요하다. 더 정교하고 빠른 결정을 하게 되는 임상시험에 우리 분석기법들을 사용하면 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데이터를 정제하고 관리하는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수학과 82학번인 김동연 박사는 “입학하고 83년도에 연세대학교에 처음으로 컴퓨터 학과가 생겼다. 나는 수학과였지만, 당시 컴퓨터를 다룰 일들이 있었는데, ‘컴퓨터는 우리의 미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분석 통계는 앞으로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강조한 그는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는 현재, 흩어져 있는 이런 데이터를 누군가는 모으고, 유용한 정보로 변환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까지는 사람이 컴퓨터에 지시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차세대들이 전공으로 채택하길 매우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대학가나 산업계에서 부족하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에서도 대규모 채용을 해 대학교수도 부족한 실정”이므로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고 이공계 베이스가 있다면 “미국의 많은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차세대 한인들에게 특히 당부했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미국 과학자 재미 여성과학자협회 한국 과학자 여성 과학자들

2022-10-13

[기고] 최초로 과학자라 칭해진 것은 여성?

인류문명의 긴 역사를 볼 때 과학자라는 말은 상당한 신조어에 속한다. 물론 우리말의 ‘과학자’는 서양에서 건너온 개념을 번역해서 뒤늦게 소개한 것이지만, 영어로 ‘scientist’라 하는 말도 생겨난 지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과학자들을 ‘자연철학자’ 또는 그냥 ‘철학자’라 부르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men of science’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란 말인데, 남자를 의미하는 ‘men’으로 모든 사람을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 말해본다면 과학을 하는 선비라고 할까? 사실 그 당시 대부분 과학자들은 남성이었고, 말 까지 그랬으니 여성 과학자들의 소외감은 한층 더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 반면 ‘scientist’라는 단어는 남녀 구별을 두지 않으므로 그런 폐단이 없다.   그런데 성별을 가리지 않는 단어가 생기게 된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다. 과학자라는 그 말을 지어낸 사람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지질학, 철학 교수를 역임하고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했던 휴월(William Whewell)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를 제안했던 기록이 남아있는 문헌은 그 당시 저명했던 여성 과학자 메어리 서머빌(Mary Somerville)의 책에 대하여 쓴 서평이었다. 그 글을 보면 휴월은 처음에 서머빌을 훌륭한 ‘person of science’라고 어색하게 일컬었다. 그 여자를 ‘man’이라 부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서머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정규적 교육을 시키지 않던 시대에 태어난 그는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놓치지 않았다. 라틴어와 수학을 독학으로 깨쳤고, 관심을 보여주는 친척 어른들이나, 남자 형제들을 가르치러 온 가정교사 등 여러 사람들에게 학업에 대한 도움을 청했다. 첫 남편을 일찍 잃고 결혼한지 3년만에 혼자가 된 그는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면서 고등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였다. 다행히 남편이 남긴 유산 덕분에 큰 경제적 염려는 없었다. 이 시기에 독창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하기 시작한 서머빌은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고, 여기저기 저명한 과학자들과의 친분도 생겨났다.   그렇게 성 차별의 그늘에서 과학을 하기 시작한 서머빌은 1812년 나이 30이 갓 넘었을 때 재혼을 하게 된다. 두번째 남편은 왕립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기까지 한 학구적인 의사였는데 아내의 지적 재능을 알아보고 학자로서 활동하도록 격려하였다. 이제 서머빌은 실험도 하기 시작했고 광학에 대한 논문을 왕립학회 학회지에 싣는 성과를 올렸다. 또 그는 그 당시 천문학과 수학의 최고 대가였던 라플라스의 천체물리학 서적을 불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았었는데,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그 어려운 학문의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더욱 풍부하게 보충하는 창의적인 일을 해 내었다. 그 성과로 인하여 널리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렇게 연구 업적을 쌓은 서머빌은 대중 과학 서적도 쓰기 시작했고, 1834년에 처음 출간된 『물리과학 분야들의 상호 연관성』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물리학, 천문학, 광학, 열역학, 음향학, 지질학, 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나온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알기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었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휴월은 ‘과학자’라는 신조어를 언급했던 것이다. 서머빌의 마지막 저서는 물질의 미시적 구조에 관한 것이었고, 그가 거의 90세가 되었던 1869년에 출간되었다. 그 직전 1868년에 정치철학자 밀(John Stuart Mill)이 주동하여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청원서를 영국 국회에 제출했는데, 서머빌의 이름은 그 청원자 명단에 제1번으로 당당히 올라 있었다.    그런데 서머빌 여사가 과학자라는 호칭을 불러일으킨 그 이야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휴월이 그 말을 제안했던 문맥은 남녀평등이 아니라 과학의 통합이었다. 각각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를 칭하는 말들은 따로따로 있었으나, 모든 분야의 과학자를 총칭하는 말이 없었던 것이다. 서머빌의 책은 여러 과학분야를 섭렵하고 분야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주었기에 휴월은 그 점을 칭찬하는 말을 하면서 ‘과학자’라는 일반적 단어를 제안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서평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해 보여준 휴월의 시각은 진지하고 각별했다. 이런 훌륭한 책을 쓴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면서, 여성 학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사고는 남성의 사고보다 명료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여성들은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만 사고는 그와 분리해서 논리적으로 하는 반면, 남성들은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서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당화 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는 것이다. 좀 궤변 같기도 하지만 200년 전의 인물에게 현대적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리라. 남녀간의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준 휴월, 또 그가 무척 존경했던 서머빌. 그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라는 개념이 탄생했던 것은 중요한 역사적인 사실이고, 세계적 문화 유산의 일부이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기고 과학자 여성 여성 과학자들 물리과학 분야들 천체물리학 서적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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